현재 한국철학은 서양 철학 수용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서양철학 수용은 서양의 철학 용어 번역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한국에서 현재 하고 있는 철학 작업은 지난 150년간 서양 철학 어휘를 번역하고 그것을 사용해 온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 우리는 150년 전의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용어로 생각하고, 전혀 다른 개념 체계를 가지고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때로는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때로는 재생산적인 것에 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번역을 통해 형성된 용어와 개념으로 인해 한국어의 어휘와 사고 폭이 엄청나게 확대되었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